한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

 詩, 李 根 大

 

 

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

 그 사람에게 나를 주고

 나는 가볍게 새처럼 노래할 줄 알았습니다

 나를 주고

 또 주고, 자꾸 줄 것이 생길 때

 새가 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듯이

 따뜻한 양지쪽 산밑에

 그 사람과 나의 집을 짓고 살 줄 알았습니다

 그 사람의 손톱을 깎고

 발을 씻어주며,

 그 사람의 순한 거울이 될 줄 알았습니다

 그 사람의 이마에 그늘이 생기면

 별을 띄우고 싶었고

 아침해가 뜨면

 이슬 내린 풀을 가득 심고 싶었습니다

 행복은 집 근처의 뜨락에 있다고 믿으며

 그 사람의 팬티를 씻고

 그 사람의 등의 때를 밀어주고

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

 내가 태어난 것에 대하여

 혹은 그 사람을 내게 보내준 신에 대하여

 감사의 꽃들을 피우려고 했습니다

 그러나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

 바람 부는 나무 가지 끝에 새가 집을 지어놓은 것처럼

 눈물겹다는 것을 알았습니다

 나를 주고

 또 주고, 자꾸 주었을 때

 나 또한 그 사람처럼 받을 것이 생겨났습니다

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

 주는 거라고 이론은 노래를 부르지만

 돌아오지 않을 때는 눈물이 현실이었습니다

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

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운 새가 될 줄 알았고

 꽃밭에서 햇빛을 쬐는 일처럼 될 줄 알았지만

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

 내 모두를 버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

 내 옷, 내 눈물, 내 껍질까지도 버리고

 배려의 꽃밭을 하루하루 가꾸는 일이었습니다